글 수 34

광활한 평원에 펼쳐지는 불심(佛心),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낸 또 다른 풍경
어스름한 새벽, 질푸른 여명은 지평선 위에 탑들을 하나 둘씩 깨운다.
이글거리는 한낮, 수천의 탑들은 눈부신 태양을 향해 치솟고 있다.
아스라하게 붉은 태양이 강 건너로 넘어갈 때면,
탑들은 고운 옷을 벗고 사라져 간다.
덜컥거리는 마차에 누워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본다.
탑들은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하다 하나 둘씩 잠자리에 든다.
광대한 대륙을 장악했던 미얀마 최초의 제국이자 최고로 융성했던 불교국가 바간 왕조는
이 평야에 그 화려한 영화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탑들,
도대체 누가 왜 이 많은 탑과 사원들을 건설했을까?
선정에 정진할 수 없었던 인간들은 덕을 쌓고,
그 덕이 현세에 그리고 다음 생애에 보답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힘없고 이름없는 이들은 정성을 다하여 사원 건설로 염원을 실었고,
한 칸, 한 칸 사원이 올라 가듯이 한 줄, 한 줄 자신의 공덕을 쌓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기원은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 오른 탑으로 표현되었고,
그 공덕이 합하여져 수많은 사원과 탑들이 완성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들은 한 생애를 마감했지만
그들이 쌓은 공덕의 표본은 몇 백년을 지켰고,
후대인들은 그들이 만든 공덕의 숲에서 경건함과 종교적 열정을 느끼는 것이다.
Bagan in Myanmar, 글: 서성호
